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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_생활의발견

어이없이 종영한 2009 외인구단

'그들이 던진 것은 공이 아니라 희망이다'라는 드라마 카피가 무색하게 끝난 '2009 외인구단'

전설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 MBC 주말 기획드라마 ‘2009 외인구단(극본 김인숙 / 연출 송창수)’으로 22년 만에 돌아왔다.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대했을 법한 드라마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실망 그 자체였다. 감동도 메시지도 없이 조기 종영됐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기가 없어 조기 종영을 한다고 해도 마지막에는 뭔가 결말이라는 것과 감동을 줘야 하는건 아닌가. 웬만해선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재미없다고 이렇게 글까지 적는 성미는 아니다.

해외에서 살면서 지루한 일상을 TV로 극복한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좋지만 드라마가 연속성이 있어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월화, 수목, 주말 드라마 중에 하나 정도 골라 본다. 인터넷환경이 좋지 않은 까닭에 재미난 드라마만을 택해야 한다. 그런데 내가 큰 실수를 했다. 재미도 없고 내용도 특별하지 않은 드라마를 선택해 시간을 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분도 잡쳤다. 내가 택했기 때문에 누구를 탓하기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야구를 좋아한데다 소싯적 만화로 까치와 엄지의 사랑을 야구를 그린 만화가 떠올라 ‘외인구단’을 선택했다. 스포츠인으로 스포츠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모두 좋아하는 편이다. 일반인들은 재미가 없다는 것도 내게는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이 많았다.

외인구단은 초반부터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참고 봤다. 다음 편에선 조금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감을 안고 말이다. 그 기대감은 회를 거듭 할수록 산산이 부서졌다. 주연배우들이 각 캐릭터를 잘 소화지 못했다. 드라마를 보면 대게 주연이든 조연이든 한 명쯤 마음에 드는 배우를 찾게 된다. 이놈의 드라마에서는 그동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배우들에게 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드라마 소재인 야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야기 역시 현실성 없이 그려냈다. 10년 전쯤이라면 순수하고 풋풋한 사랑에 감동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남자의 순애보적인 사랑이야기는 과도한 집착으로 보였다. 사나이들의 강한 남성미는 지나친 억지스러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야구계에서 소외되었던 외인구단이 정신력으로 극복하는 과정도 현실성이 너무 없었다.

따라서 감동은커녕 개념 없이 드라마가 전개되더니 부랴부랴 종영을 서둘렀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다. 시청자들이 수준은 하늘높이 높아졌다. 때문에 드라마를 조금 보는 사람이라면 뻔 한 스토리의 내용은 미리 짐작한다. 심지어 다음 대사가 뭐가 나올지, 어떤 장면이 나올지까지 말이다.

드라마에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소기의 결실을 맺는다는 메시지를 넣으려고 한 것 같은데, 제작진은 낮은 시청률을 극복하지 않고 포기해버렸다. 스스로 포기하면서 누구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할 것인가. 사랑도 스포츠도 모두다. 마지막 엔딩 “그동안 2009 외인구단을 성원해준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가 아니라 “끝까지 재미없게 끝내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를 했어야 했다.

[수다쟁이 by 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