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니의 이집트 생활기 - 월하준비, 한 여름이 오기 전 김장하기

이집트 아스완. 집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 이른 아침이라 시장이 한적하다. 오후에는 사람들로 북쩍거린다.


한국에선 겨울을 무사히 잘 넘기기 위해 월동준비(越冬準備)를 하죠. 그런데 이집트에서는 무더운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월하준비(越夏準備) 준비를 해야 합니다. 너무 더우니까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집트 여름은 비교적 더운 편입니다. 주변 사우디아라비아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이집트 최남단도시 ‘아스완’입니다. 이집트에서 가장 더운 곳입니다. 그래서 한 여름에는 날씨가 너무 덥다보니 낮 활동이 힘듭니다. 먹을거리도 문제입니다. 한국인이 즐겨 찾는 파, 배추, 열무, 버섯 등 채소가 여름에 재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아스완에는 배추는 없고, 양배추만 있습니다. 그래서 주로 양배추로 김치를 담가 먹습니다.

지난 주 저녁에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재래시장을 갔었습니다. 김치를 담기 위해 각종 야채를 사기위해서 였죠. 그런데 갈 때마다 쌓여있던 양배추와 파가 보이지 않더군요. 순간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혹시 벌써 날이 더워 야채가 들어간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상인이 “몸킨 쉬따(겨울에나 가능하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겨울에 다시 나온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구할 수 없냐고 했죠. 그는 “인샬라(신에 뜻에 의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함께 갔던 현지인 사범은 자신이 한 번 구해보겠다고 그만 돌아가자고 하더군요. 온 시장을 뒤져도 없어 하는 수 없이 귀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를 열어보았습니다. 남은 김치가 얼마 없었습니다. 입이 워낙 촌스럽다보니, 식사는 대부분 집에서 한식으로 합니다. 그래야 더운 나라에서 정신 차리고 체력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여름을 나기 위해서는 김치를 무조건 담가야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솟구쳤습니다. 내일은 반드시 구하리라 하면서요.

이집트 아스완. 시장 한 켠에 생선전이다. 나일강에서 잡은 물고기들을 판다. 아가미의 빨간 부분을 보여주며 싱싱하다고 자랑들을 한다.

다음날 이른 아침. 대충 모자를 뒤집어쓰고 집을 나섰습니다. 동네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에 갔습니다. 어제 못 산 양배추를 사러 간 것입니다. 이집트 재래시장도 한국처럼 이른 아침에 가야 야채나 육류 모든 것이 싱싱합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아침에 갑니다. 아무튼 눈에 쌍불을 켜고 양배추를 찾았습니다. 그렇게 1시간이 흘렀습니다. 배는 고픈데 양배추는 없습니다.

해니는 의지의 한국인입니다. 그것도 강한 정신력을 가진 태권도 인 이구요. ^^ 거기서 포기할 수 없어 다른 재래시장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곳에서도 없었습니다. 다른 곳으로도 가보았습니다. 역시나 없었습니다. 마지막 시장은 아니지만 채소가 파는 곳으로 혹시나 해서 가봤습니다. 엊그제 양배추가 떨어졌다던 가게에 양배추가 있는게 아닙니까. 너무 기뻐 ‘심봤다’라고 소리를 지를 만큼 흥분되었습니다.

주인이 보기에도 제가 양배추를 무척 필요해 보였나봅니다. 그래서 바가지를 씌우려고 하더군요. 원래 한포기에 5파운드(한화 1천원)면 충분한데, 10파운드(2천원)를 달랍니다. 이런 일은 한 두 번이 아닌 만큼 깎아달라고 했죠. 원래 이 가격이 아니잖냐고 하면서요. 그랬더니 “지금은 가격이 올랐다. 사기 싫으면 가라”고 도도하게 말하는게 아닙니까. 순간 제가 아쉬운 입장 이란 걸 인지하였습니다. 다시 한 번 아주~ 정중히 부탁했죠. 그렇게 해서 한 포기당 3파운드씩 깎아서 20파운드에 구입했습니다. 아주 튼실한 것으로요. 가게를 나와 옆 골목을 지나는데 한 할머니가 ‘파’를 팔더군요. 여섯 단을 샀습니다. 이제 이 파도 여름 동안에는 구경하기 힘드니까요.

시장에서 사진을 찍는다는게 깜박했다. 정말~~ 어렵게 공수한 '양배추'다. 이놈들이 올 여름 내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이날 오전부터 양배추를 사기 위해 아스완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더니 무척 피곤하더군요. 오후 해보다 오전 해가 더욱 따갑고 몸을 피곤하게 하거든요. 그래도 그토록 찾던 양배추를 구할 수 있어서 기분은 좋은 하루였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김치를 담그기 위해 준비를 하려하다 내일로 미루고 소파에 드러누워 한 숨 푹 자버렸습니다.

해니의 월하준비 2탄. 양배추 김치 담그기 편은 다음에 계속 됩니다. 기다리실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말이라도 기대된다고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ㅋ 그래야 포스팅 할 맛도 날 것 같으니까요. ^^

[이집트 생활 by 해니]

[이집트 생활 by 해니]

이집트에 온지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카이로에서 2개월을 지내다 아스완에서 생활한지는 10개월이 된 셈이네요. 이집트는 문명의 발상지이면서 관광의 명소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나라입니다. 그래서인지 오기 전까진 이집트가 과연 가난한 나라일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이집트는 21세기와 20세기가 공존하면서 빈부의 격차가 극심하게 차이가 나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조차 없을 정도의 대형 백화점이 있고, 유럽계 대형마트가 수도와 주변 도시에 운영되고 있습니다. 고급 승용차와 명문 브랜드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 편에는 굶주림에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집 앞에 있는 쓰레기통 주변에는 배고픈 사람이며 동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집 앞에는 공용 쓰레기통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에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매일 새벽 쓰레기 차가 비웁니다. 쓰레기통은 쓰레기를 버리라고 있는 곳인데, 이곳에선 배고픈 자의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누군가 쓰레기를 버리고 가면, 사람이며 개, 고양이, 양 등 동물들이 몰려듭니다. 가끔은 사람과 동물이 음식물 찌꺼기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양은 떼로 움직입니다. 외국인의 눈에는 눈길을 끌게 합니다.

이집트에서 양고기 음식은 꽤나 유명합니다. 지역별로 양고기 전문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양고기 통째로 구운 ‘케밥’과 고기와 양고기를 섞어 구워먹는 ‘코프타’는 이집트에 대표 음식 중에 하나이구요. 저도 개인적으로 이집트 음식중 양고기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집트 대표 음식중 하나인 케밥과 코프타]

그런데 그 주원료가 되는 양들이 사람에 배 속을 든든하게 채우지 못해 삐쩍 말라 있습니다. 가끔 가방에 있는 ‘파이’라도 있으면 던져줍니다. 그러면 서로 그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합니다. 그냥 지나갈 것을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싸웁니다.

이집트라는 나라는 아직까지 개발도상국입니다. 잘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못사는 사람이 더욱 많은 나라입니다. 오늘도 끼니를 해결하지 못한 자들은 먹을거리를 찾아 거리를 배회하거나 관광객들에게 동냥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도 굶는데 동물이라고 별 수 있습니까. 함께 굶을 수밖에요.

날이 더워지면서 자꾸 입맛이 없어지네요. 오늘은 또 뭐를 해서 먹을까 고민입니다. 뻔히 문밖을 나가면 굶주려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말이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나 같이 삐쩍 말라 있는 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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