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니의 나일강 산책/이집트 생활기 2009/11/14 06:23 Posted by 해니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주방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버린다. 늘 그랬듯 며칠 전에도 설거지를 마치고 음식물 찌꺼기를 봉지에 싸서 통로에 버리기 위해 나갔다. 그런데 일이 생겼다. 언젠가 우려했던 일이 순간 방심한 틈을 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이집트 집들의 현관문에는 대부분 문고리가 안쪽에만 있다. 문이 닫히면 자동으로 잠긴다. 바깥에서는 열쇠가 없으면 문을 열 수 없다. 외출 할 때는 열쇠를 두 바퀴를 돌려 잠근다. 그래서 항상 문밖을 나가게 될 때면 열쇠를 챙긴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이라면 열쇠를 집에 두고나와 바깥에서 발을 동동 굴려야 하는 일이 많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현관문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곳까지는 다섯 걸음 정도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당연히 문을 닫지 않고 후딱 다녀온다. 그 순간 문이 닫히면 안 되기 때문에 항상 운동화를 문턱에 둔다. 그럼 문이 닫힐 일이 없다. 언젠가 “혹 신발이 밀려나면서 문이 닫히면 어쩌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에 일이 났다.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잠시 문밖을 나간 그 짧은 사이 일이 벌어졌다. 문이 닫혔다. 그 전처럼 신발을 대 놓았다. 그런데 베란다에서 세찬 사람이 불면서 현관문이 신발을 밀어 내치면서 닫혀버린 것이다. 쓰레기를 버리고 몸을 돌리는 순간 ‘텅’하는 큰 소리와 함께 현관문 앞에서 바쳐놓았던 운동화가 튀어 나와 있었다.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열쇠는커녕 잠옷차림이었다. 너무 황당해 어이없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침착해져야 했다. 어떻게든 집에 들어갈 방도를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날이 밝은 시간이었더라면 옆집 베란다를 통해 넘어 간다지만 너무 시간이 늦었다. 옥상에서 밧줄이라도 타고 내려가야 하나. 별생각이 다 들었다. 우리나라처럼 문을 열어주는 가게도 없다. 하필 집도둑을 막으려고 다른 집과 다른 ‘컴퓨터 특수키(한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열쇠지만, 이집트에서는 값이 비싼 편이다)’로 교체해 사용해 쉽게 따기도 힘들다.  

아무튼 쓰레기 때문에 집에서 쫓겨난 신세가 됐다. 요 며칠 몸이 고단해 집안을 엉망으로 사용해서 벌을 받을 것일까. 그렇게 몇 분이 흘렀다. 순간 집에 들어갈 방법이 떠올랐다. 혹 이런 날이 올 것을 대비해 인근에 사는 후배에게 열쇠를 하나 맡겨뒀다. 아스완에 한국인은 나와 그 후배 단 둘이다. 우선 그 동생 집으로 갔다. 설마 그 열쇠를 잃어버리진 않았겠지 하는 불길한 생각도 들었다. 늦은 시간이라 동생은 잠들어 있었다. 한밤중에 갑작스런 방문에 동생은 놀란듯했다. 다행히 열쇠를 가지고 있었다. 

열쇠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집으로 돌아오니 장거리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만한 일이었으나, 다시는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동생에게 열소를 맡겨둔 것도 그것이지만, 옷이라도 위아래 입어서다. 가끔 속옷차림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다녀오기 때문이다. 혹 이날 속옷차림이었다면 이집트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치욕스런 경험을 할 뻔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이집트에서 추억을 쌓을 수 있게 됐다. 

[by 해니의 나일강 산책 - 이집트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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