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니의 나일강 산책/이집트 생활기 2009/11/14 07:33 Posted by 태마시스

 

이집트에서는 좋은 일이 있을 때 종교와 상관없이 “함두릴라~”라고 한다. 신에게 축복을 받았다는 뜻을 의미한다. 이밖에 좋은 일이 있거나, 감사 인사를 할 때 등 긍정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이집트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나 역시 좋은 일이 생길 때 자연스럽게 “함두릴라”라고 한다. 처음에는 생소했던 이 단어가 어느덧 입에 붙었다. 한 2주 전쯤이다. 아스완에서 유일하게 한국인으로 함께 살고 있는 후배와 주말을 맞이해 날을 꼬박 셌다. TV를 보는데 화질이 좋지 않아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잠시 후. 그 짜증은 환희로 바뀌었다. 바깥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집트는 세계에서 비가 가장 안 내리는 나라 중에 하나이다. 아스완은 이집트 내에서도 비가 없는 지역이다. 그래서 늘 비가 그립다. 

기분이 너무 좋은 나머지, 새벽에 베란다 난간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던 중에 비를 봤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후배와 함께 베란다로 나와 ‘함두릴라’를 크게 외쳤다. 손과 머리를 내밀어 비를 맞았다. 너무 상쾌했다. 새벽 동이 트기 전이라 기분은 더욱 묘했다. 비는 20여 분간 내렸다. 

아스완에서 두 번째 맞는 비였다. 현지인들은 내가 본 두 번의 비가 아스완에서 수십 년 만에 내린 큰 비라고 한다. 운이 좋은 편인 듯하다. 그런 와중에 현지 활동에 파트너격인 아스완태권도협회장은 “당신이 이곳에 와서 신의 축복이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듣는 내 기분을 좋게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이런 립 서비스는 언제 들어도 좋다. 

집 베란다에서는 이집트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아스완 나일강에 한 눈에 보인다.


지난 5월에는 정말 큰 비가 내렸다. 그때는 너무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온 도시가 정전되는 비상사태까지 갔으나, 어느 누구하나 불편해 하지 않았다. 모두가 바깥으로 나와 비를 맞으며 “함두릴라”를 외치던 게 기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집트에 온지 1년여 만에 ‘비’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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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니의 나일강 산책/이집트 생활기 2009/11/14 06:23 Posted by 해니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주방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버린다. 늘 그랬듯 며칠 전에도 설거지를 마치고 음식물 찌꺼기를 봉지에 싸서 통로에 버리기 위해 나갔다. 그런데 일이 생겼다. 언젠가 우려했던 일이 순간 방심한 틈을 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이집트 집들의 현관문에는 대부분 문고리가 안쪽에만 있다. 문이 닫히면 자동으로 잠긴다. 바깥에서는 열쇠가 없으면 문을 열 수 없다. 외출 할 때는 열쇠를 두 바퀴를 돌려 잠근다. 그래서 항상 문밖을 나가게 될 때면 열쇠를 챙긴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이라면 열쇠를 집에 두고나와 바깥에서 발을 동동 굴려야 하는 일이 많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현관문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곳까지는 다섯 걸음 정도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당연히 문을 닫지 않고 후딱 다녀온다. 그 순간 문이 닫히면 안 되기 때문에 항상 운동화를 문턱에 둔다. 그럼 문이 닫힐 일이 없다. 언젠가 “혹 신발이 밀려나면서 문이 닫히면 어쩌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에 일이 났다.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잠시 문밖을 나간 그 짧은 사이 일이 벌어졌다. 문이 닫혔다. 그 전처럼 신발을 대 놓았다. 그런데 베란다에서 세찬 사람이 불면서 현관문이 신발을 밀어 내치면서 닫혀버린 것이다. 쓰레기를 버리고 몸을 돌리는 순간 ‘텅’하는 큰 소리와 함께 현관문 앞에서 바쳐놓았던 운동화가 튀어 나와 있었다.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열쇠는커녕 잠옷차림이었다. 너무 황당해 어이없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침착해져야 했다. 어떻게든 집에 들어갈 방도를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날이 밝은 시간이었더라면 옆집 베란다를 통해 넘어 간다지만 너무 시간이 늦었다. 옥상에서 밧줄이라도 타고 내려가야 하나. 별생각이 다 들었다. 우리나라처럼 문을 열어주는 가게도 없다. 하필 집도둑을 막으려고 다른 집과 다른 ‘컴퓨터 특수키(한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열쇠지만, 이집트에서는 값이 비싼 편이다)’로 교체해 사용해 쉽게 따기도 힘들다.  

아무튼 쓰레기 때문에 집에서 쫓겨난 신세가 됐다. 요 며칠 몸이 고단해 집안을 엉망으로 사용해서 벌을 받을 것일까. 그렇게 몇 분이 흘렀다. 순간 집에 들어갈 방법이 떠올랐다. 혹 이런 날이 올 것을 대비해 인근에 사는 후배에게 열쇠를 하나 맡겨뒀다. 아스완에 한국인은 나와 그 후배 단 둘이다. 우선 그 동생 집으로 갔다. 설마 그 열쇠를 잃어버리진 않았겠지 하는 불길한 생각도 들었다. 늦은 시간이라 동생은 잠들어 있었다. 한밤중에 갑작스런 방문에 동생은 놀란듯했다. 다행히 열쇠를 가지고 있었다. 

열쇠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집으로 돌아오니 장거리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만한 일이었으나, 다시는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동생에게 열소를 맡겨둔 것도 그것이지만, 옷이라도 위아래 입어서다. 가끔 속옷차림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다녀오기 때문이다. 혹 이날 속옷차림이었다면 이집트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치욕스런 경험을 할 뻔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이집트에서 추억을 쌓을 수 있게 됐다. 

[by 해니의 나일강 산책 - 이집트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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