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었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한비야 (푸른숲,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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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로운 회사에 적응한다고, 책을 읽는 데 소홀해도 된다는 핑계를 대며 두 달 가끼이 책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 출퇴근 시간 합치면 남는 시간이 1시간이 넘는데도 그냥 멍하니 시간을 축내면서 지냈다.

회사가 있는 신논현역에 "키움"이라는 도서공간 겸 기다림의 장소가 있다.
깨끗하고 조용하고 여러 장르, 신,구간 책도 볼 수 있고, 책의 줄거리를 애니매이션을 제작한 영상도 볼 수 있고, 물론 원하는 책도 구매가 가능한 곳이다. 지루하고 짜증나는 역에서의 기다림을 잠깐의 문화생활의 여유로 바꿔놓는 생각의 전환의 장소로 느껴졌다.

책을 멀리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애써 누르고 있다가 우울한 기분이 퇴근 때까지 가시지 않던 날, 키움에 들어갔다. 거기서 몇 번이고 사려다가 다시 내려놓았던 한비야 언니의 '그건, 사랑이었네'를 선뜻 구매했다.
아마도 한비야 언니의 막강 긍정 에너지가 필요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았던 것 같다.
왜 한번도 만나지 못한 한비야 씨에게 언니라는 호칭을 쓰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쉽게 알 수 있으리라.ㅎ

그건, 사랑이었네..
이 책은 작가의 솔직함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어렵고 화려한 글은 아니지만,
아 이 작가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책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소탈함과 솔직함이 편안하게 나에게도 전해졌다.
책 내용 중에, 종교와 하나님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온다. 그건 다른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마 작가의 인생에 천주교와 하나님의 존재가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난 한비야 씨가 53세라는 것을 알고 가장 놀랐다. 그 건강한 웃음과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나이를 생각한 적은 별로 없다. 막연하게 40대정도 됐으려나 했을 뿐,  58년 개띠생일 줄이야..

그보다 훨씬 어린 80년 원숭이 띠인 난 입버릇처럼,
나이가 들었네..
이제 30대니 젊은 시절 다 갔네..
비가 오려는지 허리가 아프네,
이제 안정된 것을 찾아야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엔 나이가 많아..
난 공부체질이 아니야.
시간이 없어..
몸이 예전같지 않아
하며 이런저런 변명거리를 쉴 새 없이 만들어내며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에 낯이 뜨거워진다.

하룻밤만 자고나면 매일 아침, 뉴스에서 새로운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각박한 세상에서도 따뜻한 나눔과 사랑의 훈훈한 모습도 있다는 것과 누구나 다 자신보다 힘든 사람을 위해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항상 활기넘치고 능력있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한비야 씨도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나처럼 고민하고 두려워하고 흔들린다는 것에 위로를 받았다.  

좋은 책은 사람을 위로해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한비야 씨가 권해준 것대로 일년에 책 100권 읽기에 도전해봐야겠다.

(by ssong)
내 남편은 태권도인이다.
학창시절엔 선수로, 사회에선 태권도전문 기자로..지금은 태권도 봉사단원으로서 진심으로 태권도를 사랑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태권도의 발전을 기원하는 사람이다.
그에겐 태권도가 생활을 위한 돈벌이나, 입신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평생을 같이 할 친구이자 동반자이다.

때론 태권도계의 불미스러운 일에 한숨지며 실망하기도 하고, 속상해하기도 하지만 그의 입에서 태권도를 비하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내 남편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과 열정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 열정이 부럽고 또 존경스럽다.

20년 훌쩍 넘는 시간동안 태권도 함께 한 그 사람이 요즘 많이 힘들어했다.
이집트에서 봉사단원으로서 하는 마지막 큰 프로젝트인 아스완 태권도장 건립과 함께 현지인들과의 마찰이 그를 많이 지치게 만들었던 거 같다.전화로 듣는 남편의 기운없는 목소리에 마땅한 격려의 말조차 제대로 해주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 내가 여기서 해줄 수 있는 거라곤 남편의 걱정을 대신 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믿고 응원해주는 것 뿐이었다.

그러다가 남편이 힘든 이유를 혼자 곰곰히 생각해 봤다.
남편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하기 때문이라는 내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사실 남편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태권도 봉사단원으로서 현지 아이들에게 태권도만 열심히 가르치고, 수련생들이 어영부영해도 그냥 넘어가고 편하고 좋은 사범님으로 남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가장 쉬운 길일테니깐..

하지만 남편은 어려운 선택을 했다.
태권도에서 중요한 건 올바른 정신이라며 예의를 강조하고 태권도 수련시간에 나와 시간만 떄우고 친구들과 장난치며 분위기를 망치는 수련생, 진지하게 태권도와 태권도 정신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 수련생들의 모습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다그치고 바로잡으려고 목이 쉴 정도로 소리지르면서 무서운 사범님이 되는 것을 자청했다, 그리고 태권도장이 없어 흙바닥에서 맨발로 돌이나 유리조각에 찔려가며 수련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태권도장을 직접 계획하고 지금 건립 중이다.

남편이 아스완 아이들에게 태권도장을 지어주고 싶다고 처음 얘기했을 때, 그저 희망사항이겠거니 헀다. 구체적으로 태권도장 건립 기안서를 만들 때도 그것이 현실화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머리 속에만 있던 태권도장이 이제 아스완의 한 클럽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마음만 있었지 아무도 실행하지 않았던 일, 매일같이 공사현장에 나가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현지인들과 부딪혀야 하는 그 수고로움을 선택했던 것이 남편이 힘들어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사서 고생이다고 할 수도 있고, 자기 몸 아끼지 않고 뛰어드는 것이 미련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진심을 알고 있는 나는 그의 어려운 선택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쳐 나온 것인 줄 알기 때문에 항상 응원할 수 밖에 없다.

남편은 자신이 한 약속과 선택을 스스로 책임지며 힘든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로 일이 꼬일 수도 있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상처줄 수도 있을 것이고, 때론 실수도 하겠지만...남편은 현명하게 잘 헤쳐날갈 거라 믿는다.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란 책에서 남편에게 힘이 될 만한 글을 발견했다.

천길 벼랑 끝 100미터 전.
하느님이 날 밀어내신다. 나를 긴장시키려고 그러시나?
10미터 전, 계속 밀어내신다. 이제 곧 그만두시겠지.
1미터 전, 더 나아갈 데가 없는데 설마 더 미시진 않을 거야.
벼랑 끝, 아니야, 하느님이 날 벼랑 아래로 떨어뜨릴 리가 없어. 내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너무나 잘 아실테니깐.
그러나, 하느님은
벼랑 끝자락에 간신히 서 있는 나를 아래로 밀어내셨다.

..............

그때야 알았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남편이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새하얗고 멋진 날개로 비상할 것을 의심치 않으며 마음을 다해 응원해본다.
울 서방님 화이팅!!!! 사랑합니다.



  1. Favicon of https://lifew.tistory.com BlogIcon 해니 해니(haeny) 2010.02.16 06:02 신고

    감사합니다. 또 감사합니다. 힘든 날 자기와 함께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견딜때가 많아요. 오늘 뜻하지 않게 자기가 응원해 준 글을 읽으니,,, 답답한 가슴이 모두 쓸어 내려져 가는 듯 하네요. 늘 묵묵히 내가 하는 일에 든든하게 후원하고 응원해줘 감사할 뿐입니다. 사랑해요. - 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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