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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_상상더하기/영화_TV

뮤지컬 '갓스펠(GODSPELL)을 보다

< Culture_상상더하기 by 쏭>  어머님과 뮤지컬 '갓스펠(GODSPELL)을 보다

공연명 : 뮤지컬 갓스펠 GODSPELL
기간 : 2009년 11월 6일 ~ 2010년 1월 31일
일시 : 화.목 오후 8:00 / 수.금 오후 4:00, 8:00
         토 오후 3:00, 7:00 / 일 오후 3:00 / 월쉼
장르 : 뮤지컬
장소 : 제일화재 세실극장
공연비: 5 만원(1인)






영화 본 지 어언 4개월이 넘고, 겨울 잠을 자고 있는 몸과 마음에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때, 이집트에 있는 울 해니가 뜻깊은 선물을 준비해주었다.

뮤지컬 '갓스펠(GODSPELL)' 티켓 2장~!!!
갓스펠은 우리나라 말로 복음, 예수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기독교 뮤지컬이다. 기독교신자이신 어머님과 함께 보기에도 이보다 좋은 게 없을 거 같았다.

뮤지컬이 시작하기 전까지 난 몇 가지 편견을 갖고 있었다. 왜? 난 상식적인 사람이니깐.^^

첫 번째는 등장인물이 영화 ‘벤허’에서 나올 법한 옛날 복장을 하고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세 번째는 내용이 유익하고 알차지만 많이 듣던 성서이야기라서 지루할 것이다.
네 번째는 교회에서 많이 듣던 익숙한 음악이 많이 나올 것이다.
다섯 번째는 웅장한 스케일의 무대와 음악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다 틀렸다. 난 돗자리 깔기엔 글렀다. ^^;;;

공연 당일, 어머님과 함께 덕수궁 옆에 위치한 제일화재 세실극장으로 향했다. 제일화재 세실극장, 시청역 3번출구에서 나와 3분정도 쭈~욱 걷다가 왼쪽을 획 돌아 골목으로 들어가면 한 눈에 보인다. 접근성 굿~!!*^^* 20분 거리를 2시간 헤매는 나같은 길치에게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ㅎㅎ시청역과 광화문역의 중간에 위치해서 공연도 보고, 덕수궁과 광화문광장을 구경할 수 있는 좋은 위치였다. 그 주변은 차를 타고 지나다니긴 했지만, 선뜻 가보지 못했던 곳이었기 때문에, 이왕 시간 낸 김에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었던 거 같다.

공연 30분전 도착, 약간 이른 시간이었는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은근히 쌀쌀한 날씨에 몸이 좀 얼어 로비에 준비되어 있는 커피를 마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먹는 것에 눈이 멀어 그 옆에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모금함이 있다는 것은 그냥 지나쳐버렸다. 이런 스크루지영감같으니라구..ㅠㅜ 처음에는 젊은 사람들만 보인다고 살짝 걱정하시던 어머님께서 공연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연인들, 친구, 부부, 엄마와 딸, 교회사람들,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로 아담한 로비가 꽉 차자 마음을 놓으셨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직원의 인도로 극장안으로 들어서면서 하나의 편견을 버려야 했다. 소극장같은 약간 좁은 듯한 무대공간과 객석이 눈에 들어와서였다.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내가 어림잡아 큰 무대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왔지만, 규모가 작고 무대와 간격이 좁다는 것에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배우들의 움직임, 숨소리, 열정, 연기하는 눈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대되었다.



공연시작~
배우들의 하나둘 입장하면서 나의 두 가지 고리타분한 편견은 깨졌다.

엥? 뭐야! 배우들이 20~30대로 젋다는 것! 모두 현대의상을 입고 있다는 것!

레게머리에 편한 옷차림을 운동화 신고, 어떤 이는 진한 화장에 타이트하고 가슴이 파인 의상, 공주풍 머리에 큰 리본을 달고 귀여운 반바지를 입은 사람 등등, 갖가지 다양한 모습을 한 배우들이 등장했다. 이런 뜻밖의 상황은 오히려 내 편견을 깰 수 있어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현대의상의 젊은 배우들의 등장과 함께 제1막이 시작되었다. 예수를 비롯한 각각의 인물들은 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인간 내면에 있는 다양한 감정과 신앙에 대한 자세, 마음가짐 등을 그려냈다. 이기심, 질투, 무관심, 용서, 탐욕, 어리석음, 사랑, 불신 등의 인간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감정들과 진실한 기도가 어떤 것인지, 진정한 용서란 무엇인지, 스스로를 낮추는 자는 높아진다는 것 등의 성서에 나오는 하느님의 말씀을 하나하나의 상황극 연출하면서 알기쉽게 또박또박 머리 속에 심어주듯이 연기했다.



제 1막 공연을 보는 동안, 내용이 유익하고 알차지만 많이 듣던 성서이야기라서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이 자연스럽게 깨졌다. 배우들의 재치있는 표정, 과장된 행동에 많이 웃었고, 불편한 감정없이 편안하게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내가 원했던 것처럼 배우의 표정하나하나, 동작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감정에 같이 호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별로 연기를 하다보니 각각의 상황들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한 상황이 전달하고자 하는 가르침이 마음에 와닿기 전에 다른 장면으로 전환이 되는 것 같아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여운이랄까..그런 것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빠른 전개와 신나는 음악, 배우들의 열창은 지금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신나고 좋았지만, 정작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자칫하면 가볍게 비춰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즐겁고 유쾌하게 제 1막이 끝나고 15분간의 휴식시간 후 제2막이 시작되었다. 1막과는 다르게 유다의 배신과 최후의 만찬, 예수의 죽음을 다루는 2막에서 진지한 분위기와 함께 긴장감 있는 전개가 계속되었다.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의 살과 피를 제자들에게 나누는 장면부터는 뒤쪽에서 훌쩍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내 앞에 앉아계시는 중년의 부부 중 남자 분께서 안경을 벗고 연신 눈물을 훔치셨다. 사람들의 이기심, 탐욕, 배신, 불신의 나약한 감정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십자가에 매달리신 그리스도의 희생과 부활을 마지막으로 뮤지컬을 끝을 맺었다. 1막에서 가벼운 분위기에 흐려질 수 있었던 메시지의 전달이 2막에서 그리스도의 고뇌어린 음성과 기도, 용서, 희생이 그려지면서 그 의미를 다시 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감정하나에 큰 파도를 만난 것처럼 지나치게 흔들리고,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고, 남을 공격하고, 남의 불행에 무관심해지고, 진실된 것을 자꾸 의심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저 들 중에 내 모습은 어떤 것일까..생각해본다. 아무래도 다 해당되는 것 같다. 가식과 위선에 가려져 있을 뿐, 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타인의 눈을 의식하고 아닌 척 할 뿐, 다 내가 가진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내 안에 분명 이 뮤지컬이 전달하고자 했던 진실한 사랑, 배려, 신앙, 용서의 모습들도 있을 거라는 것을 믿는다.

이 공연이 끝나고 어머님과 나는 덕수궁 내부와 돌담길을 걸었다. 광화문광장 분수도 보고 멀리서지만 금색의 우람한 세종대왕도 보았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아이리스에 나왔던 곳이라 그 광장을 걷는 기분이 새로웠다. 어머님 팔짱을 끼고 데이트를 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님께 이 뮤지컬은 어떻게 남을까? 멀리 있으면서도 어머님을 배려한 아들의 마음만으로 가슴이 따뜻하지 않으셨을까 하고 내 맘대로 생각해본다. 울 서방 해니님^^ 고마워요~*^^*


공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에 많이 있어요. 참고하세용^^
뮤지컬 갓스펠 공식블로그  http://blog.naver.com/asap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