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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_생활의발견

이사 후 첫 대청소, 피곤해도 기분은 ‘상쾌’

해니의 이집트 아스완 집. 이집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일강이 한 눈에 바라보여 너무 좋은 집이다. ^^


시간이 빨리 지난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엊그제 집을 이사한 것 같은데,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가는군요. 이사 당시 짐을 정리하느라 청소를 꼼꼼하게 못했습니다. 그래서 왠지 찜찜했었죠. 그러다 오늘 점심을 먹고 TV를 보다 청소를 해야겠다 생각을 하자마자 곧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평소 성격상 미리 계획해 실행에 옮기는 것보다, 기분에 따라 급하게 실행에 옮기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특히 청소가 그렇죠.

욕조에 물을 받으면서 청소는 시작되어 습니다. 물청소를 해야되기 때문이죠. 거실에 있는 소파와 식탁, 테이블, 카페트 등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물과 각종 세재를 뿌리고 쑥닥쑥닥 솔질을 하면서 묵은 때를 걷어 냈습니다. 평소에 청소를 자주 해서인지 때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더군요. 이사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쓸고 닦는 정도의 청소는 자주 했었습니다.

이집트의 집의 바닥은 우리나라와 달리 세라믹(타일)이거나 나무, 카펫으로 되어있습니다. 세라믹의 경우는 물청소를 하는게 가장 깨끗합니다. 물을 뿌리고 세재를 풀어 솔질을 한 후 고무 밀대로 물을 화장실 등 하수구 쪽으로 버리는게 대부분입니다. 이 청소방법은 능숙함이 중요합니다. 안 그럼 ‘손발이 고생’하게 되죠. 저도 이집트식 청소가 지난 1년 전에 비해 많이 늘었습니다. (^^)

가장 큰 거실에 이어 다음은 부엌. 정신없이 이곳저곳에 박혀있는 부식재료들과 식기를 정리를 하다 보니 시간이 꽤나 소요되더라고요. 이사 당시 정리를 제대로 못한 탓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공수해 온 여러 진귀한(?) 부식재료 등 상당수가 유통기간이 수개월을 훌쩍 넘은 게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이런 경우가 이번이 처음만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어렵게 공수 해온 터라 아끼다 보니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다. 3개월 정도 넘은 라면은 전혀 부담 없이 먹는 편입니다. 그러나 오늘 ‘짜파게티’는 유통기간이 7개월이 넘어 스프만 남겨두고 면은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흑흑 ㅜㅜ) 아무튼,,,.

부엌을 깨끗하게 사용한다고 해도 바닥에 찌든 때가 적지 않게 끼여 청소하는데 힘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선 부엌이 지저분하면 눈에 확 띠는 반면, 이곳에선 자세하게 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편입니다. 또 신발을 신고 생활하기 때문에 불순물들이 여러 곳에 적채되곤 합니다. 부엌이 조금이라도 더러워지면 곧바로 바퀴벌레나 개미들이 출몰해 항상 청결함을 유지하려고 하나, 이처럼 물청소를 하는 것은 자주 있진 못합니다.

거실과 부엌 청소를 마치니 어느새 4시간이 훌쩍 넘었더라고요. 그 사이 온몸은 흠뻑 땀으로 져져 있었습니다. 바깥에 쨍쨍하던 해는 지고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허리를 숙여가며 청소를 하다 보니 허리도 아프고, 땀도 많이 나 기운이 빠져 더 할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거 끝을 보자는 생각으로 방청소로 이어졌습니다. 방은 평소 깨끗하게 사용해서 빨리 끝났습니다. 이어 거실과 방에 붙어 있는 발코니 청소를 했습니다.

청소를 다 끝냈다 싶었는데 거실을 오가며 늘 메고 다니는 가방이 눈에 띄었습니다. 짙은 남색인데도 찌든 때가 낀 것이 가만 둬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지난 1월 와이프가 왔을 때 빨아준 후 8개월 만입니다. 빨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왕 빠는거 언제 빨았는지 기억도 안 나는 신발과 태권도화도 함께 빨았습니다. 가방을 물에 담그는 순간 잉크가 나오는 것 같더군요. 때가 얼마나 끼었기에 이정도일까 싶었습니다. 신발 역시 때가 적지 않았습니다. 말끔하게 씻은 후 세탁기에

탈수하여 베란다에 가지런히 널었습니다.
이날 대청소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화장실 두 곳을 어느 곳보다 깨끗하게 청소했습니다. “휴~” 한 숨과 함께 청소가 끝났습니다. 욕조에 계속 틀어놓은 물이 많이 남아 그대로 옷을 벗은 후 몸을 담갔습니다. 좁은 욕조지만 시원함과 함께 정신이 확 들더군요. 집만 깨끗하면 뭐하나 싶어 목욕도 깨끗하게 했습니다. 오후 3시에 시작했던 대청소는 한 밤인 10시가 넘어 끝났습니다. 몸은 피곤했을지 모르지만, 청소를 마치고 거실에 나와 시원한 물을 한잔하고 나니 기분이 매우 상쾌했습니다.

청소를 한 기념으로 이사 후 처음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는 제가 살고 있는 집을 소개할 겸 이날 촬영한 사진을 올리겠습니다. 지금 올리고 싶지만, 아직 인터넷이 연결 안 돼 힘들듯 합니다.

잠깐 집근처에 마실을 다녀 온 후 집에 들어오니 바닥에서 빛이 나네요. 거짓말을 조금 많이 보태면 시력이 잃을 정도랄까요. ㅋㅋ 휴일 오후, 휴식과 맞바꾼 대청소가 헛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PS. 그러고 보니 청소에 얼마나 열중했던지 마눌(쏭)한테 전화도 못했네요. 특별한 일이 없고선
매일 마눌에게 전화를 하는데 말이죠. 마눌이 많이 기다렸을 것 같아 미안하네요.


2009. 08. 22
이사 후 첫 대청소를 한 밤



[by 해니 - 생활일기] 7시간 동안의 대청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