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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_가족/Love_해니 & 쏭

해니앤쏭의 한국에서 마지막 나들이

주말이면 마니산을 오르기 위한 등산객들로 등산로가 붐빈다.


앞날 과음을 해서인지 몸이 무거웠다. 그래도 마눌과 이미 약속을 한 터라 일찍 일어나야 했다. 하지만 갈 곳을 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강화도'가 생각났다. 원래 등산을 가자고 했기 때문에 강화도 마니산이 떠올랐다. 서울에서 1시간 가량 가면되고 등반도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11시가 다 돼서야 집을 나섰다. 공휴일이라 그런지 가는 길이 조금 막혔다. 게다가 이슬비가 내렸다. 괜히 산에 오르다가 중턱쯤에서 비를 맞는 건 아닐까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냥 다른데 갈까?"라고 마눌에게 떠 봤더니 마눌은 "알아서 하세요"라고 한다. 근데 마눌은 늘 이렇게 답한다. 원래 계획대로 마니산으로 갔다.

날씨가 좋지 않는데도 마니산 주차장은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등산로 입구에도 우리 부부처럼 나들이를 나온 등반 객들이 많았다. 입구에 있는 슈퍼에 들러 생수와 장갑을 하나씩 사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초입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교회가 한 곳이 있다. 공중화장실과 식수대가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만남의 광장'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또한 등산로와 좌우로 2가지 형태가 있다. 해니는 우측 계단식 등산로 밖에 가보지 못했다.

"언능~ 오랑께~!" 여유있게 산을 오르며 마눌을 기다리는 해니.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산을 오르는 쏭!

암튼 그게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해니의 배에 탈이 났다. 마눌에게 잠시 기다려라고 한 뒤 화장실로 뛰어갔다. 앞날 과음이 문제였던 것이다. 힘들게 일을 보고 나오자 마눌이 보기에 상태가 좋지 않았던지 "그냥 내려갈까요"라고 한다. 조금 고민을 하긴 했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가면 그럴 것 같아 오르기로 했다. 또 마눌과 마지막 나들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마니산 등반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렵지 않는 코스다. 넉넉잡아도 1시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당연히 산을 오르기 때문에 조금은 힘이 들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아름다운 산과 드넓은 서해 바다를 볼 수 있다. 서울 근교에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어 난 마니산을 좋아한다. 이걸 마눌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날은 정상에 짙은 안개가 끼여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드뎌 마니산 정상 초입에 도착한 쏭.

나름 등반을 했다고 정상에 오르니 기분이 상쾌했다. "야~호"를 외쳤다간 주변사람들에게 "미친X"이라는 소리를 듣기 딱 좋을 것 같아 속으로 외쳤다. 이런 땐 해니가 A형이다. ㅋ 마눌이 정성스럽게 싼 도시락을 먹기 위해 장소를 찾았다. 그런데 정상 곳곳에 등산객들이 자리를 차지해버린 후였다. 어쩔 수 없이 아래로 내려가 좋은 자리를 찾았다. 절벽이긴 했으나 큰 바위가 두 사람이 식사하기에는 딱 좋았다.

앞에 보이지 않지만 자신이 걸어온 아래를 보고 있는 쏭

뭘보고 즐거워 하는지?

도시락 메뉴는 마눌이 직접 싼 김밥과 며칠 전 나주 영산포 처갓집에 갔다 싸 온 홍어삼합 이었다. 젊은 부부에게 어울리지 않은 메뉴가 분명하다. 김밥을 먹고 홍어를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에 싸서 한 입을 하면 맛을 느끼기도 전에 코를 톡 쏜다. 오묘한 맛의 조화라 할 수 있다. 홍어 덕분이었는지 불편했던 속이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해니앤쏭 부부가 준비해간 특별한 점심. 앞날 저녁 마눌이 만든 김밥과 처갓집에서 싸온 홍어삼합. ㅋㅋ

산 정상 절벽에서 먹는 점심은 아슬아슬 하지만 맛은 두배라고 할까. 입맛을 다시는 쏭~ ^^ 보기보다 먹보다.

식사를 마치고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하산했다. 내려오는 내내 마눌과 나는 기분이 좋았다. 서로 오길 정말 잘했다는 말도 반복했다. 기상이 좋지 않았는데도 상쾌한 등반이었다. 다 내려와 몸에 좋다는 칡즙 한 잔씩을 먹고 해니가 좋아하는 '꽃게탕'을 먹기 위해 석모도로 향했다.

안개만 없었더라면 뒷배경이 산과바다로 정말 멋있었을텐데 아쉬웠다.

앞으로도 늘~ 이렇게 웃고 행복한 부부가 되었음. ^^




[신혼생활 by 해니]